"수학이 산업과 의료 기술의 근간…가치 적극 알려야"

입력 2023-12-20 17:47   수정 2023-12-20 17:59

"수학이 사라진다면 공업도, 상업도 없고 지구는 황폐한 파산의 상태가 될 것이다."

김상현 고등과학원 교수는 2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수학'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한 미국 수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항공, 바이오·의료 등 첨단기술 발전 과정에서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수학의 중요성을 조명하기 위해 열렸다.

김 교수가 인용한 말은 C.J. 카이저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남긴 것이다. 카이저 교수는 "지적인 조화로움과 내적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열망으로 지속돼 온 수학이 (산업 발전이라는) 놀라운 효용성과 풍부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수학은 거대하고 강력한 기계"라며 "부분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거대하게 맞물려 인류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적 수학 난제인)리만 가설이 풀린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지만, 수학이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수민 동아대 수학과 교수 및 의예과 겸임교수는 "수학과 의학의 공통점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했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이렇게 많은 수학이 쓰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CT 영상에서 보는 검정색 흰색 회색 이미지는 행렬로 구현되는 숫자를 이미지화한 것이고, 영상을 재구성해 나가는 데는 무수히 많은 적분이 쓰인다"고 예를 들었다.

전 교수는 수학과 음악(뮤직테라피)을 융합해 뇌전증 치료 효율을 높인 경우 등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데이터 기반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때에도 수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학과 의학의 협력이 앞으로 가져다주는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현재 초중고 수학 교육의 문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전 교수는 "대학생들이 수학이 얼마나 귀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굉장히 안타깝다"며 "수학 연구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기여를 많이 하는지 지역사회 등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모두 수학에 기반한다"며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빅데이터는 위상수학과 확률론, 핀테크는 확률통계와 편미분방정식, 사물인터넷(IoT)은 암호학 정수론 부호론, AI는 최적화론 기하학 확률론, 무인자율주행차는 미분방정식과 기하학, 3D프린팅은 해석학과 대수학 등에 기반한다.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릴 때도, 양자기술 개발도 수학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김 소장은 "수학은 언제나 산업, 의료 기술과 함께 가고 있다"며 "이제는 수학의 산업화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부산대 병원 안과의 한 교수가 의뢰한 임상 문제를 수학으로 풀어 답을 보내자 깊은 감사의 뜻을 보내왔다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메시지에는 "제가 찾던 완벽한 솔루션입니다! 소정의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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